*게임 OFF의 전체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 샷과 언더테일이 있기 전에, OFF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RPG 메이커 툴로 만들어진 별 것 없는 단순한 게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요.
RPG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쭉 그래왔듯,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할때 캐릭터의 이름을 입력합니다.
플레이어는 '정화'라는 사명을 받고 정보가 필요하면 '져지'라는 인물을 찾아가라는 말을 듣게 된뒤 0구역이라는 이름의 공간으로 보내지며 게임이 시작됩니다.
플레이어가 조종하게될 캐릭터의 이름은 '배터'로 이미 정해져있습니다.
당연히 내가 조종할 캐릭터의 이름을 입력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실은 캐릭터의 이름을 입력하는게 아니라 캐릭터를 조종하는 '나의 이름'을 입력하는 거였던거죠.
아무튼 이 0구역에서 져지에게 전투 튜토리얼 같은 것을 받고 간단한 퍼즐을 푼 뒤...
플레이어는 1구역으로 가게됩니다.
맵을 탐사하면서 npc와 만나고, 적들과 만나 정화하고, 드단이라는 보스를 만나 보스까지 정화하고 나면...
다음 구역으로 갈 수 있게 되는데... 흠, 그 전에 1구역에 다시 돌아가보면 어떨까요?
1구역은 색을 잃고, 모든 npc와 사물들이 사라져 오직 공간만이 남은 정화된 상태가 되게 됩니다.
플레이어가 그대로 계속 2구역, 3구역에 가서 세계를 정화하고 나면 그곳들 또한 이렇게 되고,
마지막 지역인 더 룸으로 가서 마찬가지로 '여왕'이라는 게임의 최종보스 격 존재를 죽이고, 이 모든 공간의 창조자로 추정되는 휴고라는 인물까지 정화해버리고 나면 더 룸에서 마저도 아무것도 남지 않게됩니다.
그와중에 마지막 스위치 앞에서 플레이어를 막아세우는 존재는 져지고, 져지는 플레이러를 설득해 배터는 파괴자일 뿐이며 자신의 편이 되어달라고 하고, 배터는 플레이어에게 우리가 할 일을 끝내자고 하죠.
여기서 주어지는 선택지에 따라, 작품의 엔딩은 두 가지로 갈리게 되지만
사실 이미 더 룸까지 다 정화해버려서 세계에 아무것도 안남은 마당에 고양이 하나 살릴지 말지 수준의 선택지고...
심지어 배터의 편을 드는 것이 '오피셜 엔딩'이라고 선택지에다가 써놓았기 때문에 작품의 공인 진엔딩은 배터가 져지까지 죽여버린 뒤에 이 세계의 스위치를 ON에서 OFF로 두어 세계를 끝장내는 것이죠.
이 게임의 내용은, 그 자체로는 완벽히 불합리한 경험입니다.
처음에는 플레이어가 용사같은 영웅이 되어서 각 구역의 사람들을 못살게구는 관리자들을 쓰러뜨리는 내용인가? 싶지만 배터가 하는 정화는 그냥 그 구역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이죠.
거기에 더 룸에 가면 무슨 챕터는 5에서 0로 거꾸로 흐르고, 여왕이라는 인물은 배터를 책망하고, 마지막에는 저항도 하지 않는 아기인 휴고를 죽여버린다니, 플레이어가 악당이 되는 스토리의 게임은 물론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게임들의 스토리가 아무 이유없이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게임은 아니지 않았나요?
하지만 이 리뷰에서는 이 게임이 도대체 무슨 내용이냐? 를 해설하거나 추측하는 것을 다루지는 않을 겁니다, 게임이 어떻게 해서 이 불합리한 경험에서 플레이어가 의미를 찾게 만들려고 하는지를 생각해보죠.
이 게임의 경험은 불합리하고 곧바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이상한 건 게임의 내용 자체로 끝나지 않습니다.
져지 같은 캐릭터도 물론 게임 밖의 플레이어를 인지하는 메타픽션적인 언행을 하지만...
쟈크리라는 상점주인에 비할바는 아니죠. 모든 상점주인이 자신인 이유는 게임의 스크립트가 그렇게 짜여져있어서니, 경주를 하자고 해놓고는 게임의 스크립트가 자기가 먼저가게 되어있어서 너는 절때 이길 수 없다느니등.
이게 단지 비디오 게임을 뿐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말들을 시도 때도 없이 만날때마다 내뱉습니다.
하지만 쟈크리가 딱히 겉멋만 들어서 아무 이유 없이 메타픽션적 대사들을 쏟아내는 건 아닙니다.
쟈크리가 이런 말들을 내뱉는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본인이 말하듯, '이게 단지 게임일 뿐이다.'라고 플레이어에게 상기시키기 위함 입니다.
플레이어의 게임에 대한 몰입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거죠, 애초에 이 게임의 내용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플레이어를 몰입 시킬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이 게임은 스스로가 무료게임이니까, 메타픽션 게임이니까, 라는 식으로 내용을 적당히 완결성 없게 퍼뜨려놓은게 아닙니다.
오히려 플레이어를 의문을 가지고 답을 찾는 과정으로 이끌려고 하는 장치를 배치해둔겁니다.
몰입이 깨진 플레이어가 그 순간 개발자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대사를? 이런 내용을? 이라고 생각하게되는 순간 이 작품의 목적이 달성되는 길로 한 발짝 들어서게 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트릭이 극에 달하는 순간이 바로 아무 의미 없는 스페셜 엔딩의 존재, 이 게임의 '오피셜 엔딩'이 배터를 도와 스위치를 OFF로 내리는 것으로 그만이라면 사실 게임에 스페셜 엔딩이 있을 이유가 없죠.
애초에 보통 '진엔딩'이나 '스페셜 엔딩', '히든 엔딩'같은 말 들은 게임 내에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보기에 명확히 구분이 가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죠, 여러가지 엔딩 간에 우열이나 근본적인 차이 같은게 없어보인다면 멀티 엔딩이라고 하잖습니까.
하물며 이런 선택의 결과에 대한 정보는 선택지가 주어졌을때 미리 알아야되는 부분도 전혀 아니죠.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말입니다.
이 게임의 스페셜 엔딩의 존재, 그 이유는 단언컨데 '오피셜엔딩'이 '오피셜엔딩'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그냥 선택지 없이 세계를 완전히 파괴하고 스위치를 OFF로 내려놓은채로 게임을 끝내버리면, 플레이어는 이상한 내용의 게임이라 치부하고 꺼버릴지도 모르겠지만 의도적으로 옆에 오답을 배치한 뒤 이게 '정답'이라고 선언해버린다면 '의문'이 남죠.
왜 이 게임의 엔딩이 세계를 다 파괴하고 스위치를 OFF로 하는게 '오피셜'인가? 어째서 져지를 살려놓는 엔딩은 틀린 것인가?
의문을 통해 플레이어의 탐구심을 자극하고, 히든엔딩에 도달하게 하기 위한 스탭이라고 생각합니다.
몰입은 파괴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의문과 궁금증이 생기게됩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강한 적들이 돌아다니고 텅 비어보이는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플레이어가 게임에 대해 더 탐구할 동기가 없어지니까요.
플레이어는 히든 보스들을 찾아내고, 플레이어들이 '히든 엔딩'이라고 붙인 결말까지 찾아내겠지요.
그러고 나선 게임의 내용과 요소들에 대해 각자 나름의 답을 내릴겁니다.
OFF는 메타픽션을 플레이어의 게임에 대한 몰입을 파괴하기 위해 쓰는 작품입니다.
언듯 보면 이 게임은 내부의 서사도 존재하는 것 처럼 보이고, 캐릭터들이 플레이어를 인식함으로서 그 서사에 끌어들이려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재로는는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게임 내 서사도 보여진 것만으로는 완전히 의미불명이죠.
하지만 몰입이 거둬지고 게임 내부라는 틀에서 벗어나 개발자의 의도나 의미, 엔딩에 대해 의문을 가질때, OFF의 의믜불명의 이야기는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로서 의미를 갖게 됩니다.
단순히 의미불명인 것 만으로는 의미가 생길 수 없습니다.
의문점을 가지게 하지 않으면 다들 그냥 재미없거나 이상한 게임 정도로만 취급하고 꺼버리겠죠.
OFF는 메타픽션적 대사와 연출을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의문을 갖게하는데에 성공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게임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수 많은 팬층을 만들어낸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유를 설명했다시피, 이 작품의 내용 자체는 각자 나름대로 생각해서 해석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 리뷰에서는 제 해석을 써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게임 내용에 대해 한 번 그 의미를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분명 재미있는 탐구가 될겁니다.
그럼 오늘 리뷰는 여기서 마치고 다음에 또 다른 작품의 리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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