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 : 리판타지오의 주요 반전을 포함한 큰 스포일러가 많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꼭 필요한 부분외에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으므로 게임을 엔딩까지 플레이 한 뒤 리뷰를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메타포의 주인공이 판타지에서 영향받아 이상을 품어, 그것을 현실에서 실현하고자하는 인물이라면, 그 반동인물인 루이는 주인공과는 같은 길에서 정반대의 노선을 취합니다.
우선 명확히 해야하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작품의 주제와 테마가 은유적으로 전달된 것과는 다르게 루이와 왕자의 대립은 전부 거의 직접적으로 등장인물들의 말을 통해 전달된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당연히 위의 스트롤의 말처럼 루이가 완전히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주인공과 루이 간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환상을 믿는' 것과 '환상을 절때 믿지 않는' 사상적 대립에 있습니다.
주인공은 환상 소설을 읽으면서 품은 이상을 현실에서 실현하고자 모험을 떠난 존재이지만, 루이는 이미 현실에 의해 이상과 꿈이 한 번 무너진 존재죠.
그래서 루이는 꿈을 포기하고, 새로운 이상을 생각합니다.
그가 선택한 새로운 이상이란 모순적인 기존의 세계를 파괴하고 질서정연한 신세계를 이룩하여 다시는 부조리가 이 땅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이죠.
말만 들으면 꿈같은 이상이지만 루이가 제시하는 방도는 전국의 사람들을 괴물로 만들어서 그것을 버텨낼 정신력도, 괴물들을 쓰러뜨릴 능력도, 힘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 그 수단입니다.
그 부분에서 루이의 사상은 뭔가 이상하다는게 드러나죠.
잠시 다른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소년만화 등지에 자주 볼 수 있는 메인빌런이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확신에 가득찬 사상에 기반하여 악을 행하는 경우입니다.
그러한 빌런들의 특징이, 전체적인 흐름에서 꽤 후반부에 등장하고, 스크린에 나오는 시간 자체도 그다지 길지 않다는거죠.
왜냐하면 그러한 사상범을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빌런의 확고한 사상에 대한 묘사와 극단적인 행동만 보여줘도 충분히 완성되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대충 자기 사상좀 떠벌리게 하고, 그 다음에 그 원칙에 따라 사람들을 학살하거나 하는 모습 한 번 보여주면 타노스 완성입니다.
페르소나 5의 전개방식도 이런 소년만화식 전개를 따릅니다.
주인공이 제일 먼저 상대하는 빌런은,
이 기분나쁜 얼굴이 카모시다라는 악덕 폭력교사고, 이 짜바리 빌런을 쓰러뜨리고 나면 그 다음은 악덕 가짜 미술가, 학생들을 협박하는 조직 폭력배, 악덕 기업의 사장, 파시스트 같은 사상을 가진 대통령 후보, 최후에는 전 국민.
그런 식으로 점점 거대한 적을 상대하는 식의 구성을 보입니다.
로열의 최종보스는 처음에 말한 '사상범'의 꽤 재미있는 버전이고요.
하지만 메타포의 전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띱니다.
주인공 일행이 제일 처음에 쓰러뜨리고자 하는 인물도 루이, 중반부까지 상대하는 인물도 루이, 후반부에서 맞서는 인물도 루이, 최종보스까지 계속 루이 귀아베른과 싸우죠.
그러나 루이의 사상에 대한 정보나 꽤나 극초반부터 볼 수 있습니다.
초중반에 나오는 루이의 묘사는 자유주의와 평등을 내세우는 자유경쟁사회를 이룩하겠다는 사상가인 동시에,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왕을 직접 암살하거나, 인간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인간에게 공격당한 마을이 멸망하는 것을 방치하는등,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죠.
전형적인 '사상범'의 모습을 띱니다.
그런데 후반부에 들어서 루이가 왕자 암살범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진짜 흑막이었던 포든이 그대로 루이에게 살해당하면서... 스토리적으로 주인공 측이 꽤 어수선한 상황이 되었지만 여기까지도 여전히 루이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잔인하고 극단적인 수단을 쓰는 사상범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루이의 얘기가 완전히 이상해지는 것은 렐라가 죽기 전에 루이에 대해 경고하는 때부터입니다.
루이가 '온 나라에 넘쳐나는 인간, 정신없이 허둥대는 사람들.'을 머릿 속에 그리고 있다는 이상한 얘기죠.
그리고 그 직후 왕도에서 루이와 벌인 결전에 루이가 주인공을 인간으로 바꿔버리는 비술을 검으로서 루이가 의도적으로 인간을 발생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고, 당연히 '인간의 위협'이 루이가 스스로 만들어낸 위협인 이상 여기서 '인간에 맞서 왕국을 구하기 위해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마다하지 않으며 약자와 불복하는 이들의 희생과 죽음은 당연하다.'는 루이가 겉으로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상은 뿌리부터 무너지게 됩니다.
이후 고선향에 가서 루이가 엘다족과 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컷씬에서 직접 루이가 가짜 뿔을 벗어던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루이가 엘다족 학살에 대한 복수를 하는 인물처럼 보이는 그 순간.
루이가 엘다족에 대한 복수를 이유로 나라를 멸망시키려는 것 아닌가? 라는 최후의 가능성도 무너지고, 루이의 진짜 이상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드러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긴 시간을 할애해서 묘사하는 루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초반과 같은 사상범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루이의 사상에 동의하면 볼 수 있는 엔딩인 '판타지는 파멸하다.' 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얘기를 보면 그의 사상이 기존의 인류를 파멸시킬 뿐임을 알 수 있죠.
세 문구에 루이가 만든 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람'은 패배자가 되고, 세상은 인간으로 넘쳐나게 된다는 문구를 봐선,
루이가 제시하던 '인간화의 술법을 통해 국민들을 선별하여 자신이 왕에게 넘겨주던 스스로의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강자만이 남아 지배하는 사회를 만든다.' 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루이가 실행하고자하는 일의 본질은 단기간에 장기간 동안 모인 마그라를 국민 전부에게 인간화의 술법으로 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기존 문명이 붕괴하고, 인간화 상태에서 자아를 유지하거나, 인간화에 저항한 개인 만이 살아남는다는 얘기인데, 여기서 인간이 된 다른 사람들에게 맞서 문명이 붕괴된 세계에서 살아남기까지 해야 루이가 말하는 '강자'라는 것이죠.
먼저 주목해야하는 건 '루이와 왕자는 나란히 창조주와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다.' 는 문장입니다.
그들이 된 것은 '창조주'이지, 신세계나 신사회, 신문명의 지배자 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죠.
결정적으로, 트루 엔드 루트에서 루이 본인도 자신의 불안에 이기지 못하고 폭주하는 마그라와 함께 인간화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루이가 완전무결한 사상을 지닌 절대적인 사상가라는 기존의 인식은 완전히 무너진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모두의 염원을 모아 루이에게 맞서기로 결심한 주인공도 최종전 전에 루이의 인간화 술법을 풀 방법이 없어 스스로의 심장을 파괴했다는 점.
이 두 가지를 모두 고려했을때 아무래도 '사람은 그것을 알 길이 없다.'는 말은 왕자와 루이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 변모하거나 사망하여 그 누구도 루이의 이상이 이루어진 세계를 확인 할 수는 없었다는 사실을 말한다고 생각됩니다.
즉 이 작품에서 루이의 이상은 결과적으로 완전히 허황된 생각이었던거죠.
냉철하게 아무것도 믿지 않고 불신하면서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는 강인한 존재 따위는 없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아니면 그러한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는 메타포거나요.
어느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문구의 나머지도 구체적인 형태가 보이죠. '온 세상의 모든 역사가 '패배자의 이야기'로 기억되었다는 말은 사람이 이룩한 역사와 문화, 그 모든 것이 무너지고 세계가 이 땅에 문명이 나타나기 전의 원시 상태로 돌아간 상황이라는 의미이고, 그렇기에 '사람의 역사'는 패배하여 끝나, 그 뒤의 일을 사람이 알 일이 없는 것이 됩니다.
이번에야말로 인류가 생존자들을 남기지 못하고 멸망했으니 말입니다.
루이가 주장하는 '능력만을 인정한다.'는 언듯 보기에 자유경쟁을 표방하는 능력 지상주의 사회를 내세우는 것 처럼 보이고 많은 등장인물들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런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루이는 단순히 거짓 이상을 내세운 뒤 권력을 차지하려고 하거나 사람들을 전부 괴물로 탈바꿈 시키려고 하는 미쳐버린 복수광도 아닙니다.
본인의 이상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존재죠.
다만 인간에게 있어 그것이 불가능한 일일뿐.
루이의 이상은 앞서 말했듯이 모순가득한 거짓되고 오만한 현재의 사회를 멸망시키고, 모순 없는 순수한 약육강식의 철저히 논리적인 세계를 이룩하는 것입니다.
루이는 본래의 의미 그대로의 힘에 따른 능력 만으로 강자가 약자를 죽이고 살아남는 약육강식을 논리적인 이상의 세계로 인식하고, 그렇기에 그렇지 않은 현재의 사회를 왕의 마법으로 단번에 붕괴시킨 뒤 약육강식의 원시세계로 회귀시킬 수단으로서 전 국민의 인간화를 고른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폭주하는 마그라(불안)를 혼자서 버텨낼 수 있는 존재는 사람이 아니거나, 없죠.
이 작품에서는 그런 세계는 사람의 세계가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루이가 인간화되어 폭주할때 하는 말을 보면 이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기존 사회의 모든 것들을 약육강식의 신세계를 탄생시키기 위한 제물로 삼고자하는 그의 생각이 말이죠.
이러한 루이의 사상의 가장 큰 배경은, 사람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주나의 말 처럼 루이는 인간의 가능성 같이 불확실한 점 같은 것들은 하나도 믿지 않습니다.
그가 믿는 것은 오직 결과를 통해 증명할 수 있는, 능력이죠.
루이는 멸망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을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존재들이 있을 것이라고 인간의 능력만큼은 믿었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행위가 종의 멸망을 불러올 것이라 인지하지 못하였죠.
두 번 말하지만, 루이 또한 그의 본질이 냉철하고 완전무결한 절대적으로 논리적인 사상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루이는 많은 면에서 인간을 불신하지만, 인간의 '힘에 기반한 능력' 만은 모순 없이 논리적이라고 믿었습니다.
루이는 가장 결정적인 고선향에서의 엘다족 학살부터 시작해서, 수 많은 경험들로 현재의 사회에 실망해 자신이 실망한 점들을 아예 포기하여 불신하기로 하고 유일하게 믿는 힘 만이 절대적이게 되는 이상적 신세계를 창조해 그곳으로 도피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듯이 루이 또한 완전무결한 논리적 존재가 아닌 한 명의 사람에 불과하기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세계로 도피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런 자신이 믿을 수 없는 일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자신이 믿을 수 있는 것만이 존재하는 세계를 만들고자하는 루이라는 인물은, 갈리카의 말대로 그저 겁쟁이에 불과하겠죠.
스트롤의 일침과 같이 정리해보면,
루이의 본질은 그저 고향의 멸망에 사로잡혀 사람을 불신하면서도 능력만은 믿어 세상으로부터 등돌리는 헛된 이상을 품으면서도, 그 사람을 거부하는 이상에 자신과 같은 능력있는 사람은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과신하는,
그저 자신의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불안과 마주하지 못하는,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한 명의 사람입니다.
루이가 세운 이상은 분명 기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모순을 없애는 세계겠지만, 그것은 애초에 사람의 세계가 아니니까 이룰 수 없는 허망한 이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물며 루이 자신이 그 이상 세계에 들어가지 못하는 한 명의 사람이어서는 얘기가 되지 않죠.
거기에 그런 이상을 이루기 위하여 루이 자신이 인간을 만들어 가짜 위험을 연출하고 그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고, 이상에 따르기만 하면 지켜주겠다는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기만한다는점에서, 그는 더더욱 모순 없는 존재와는 거리가 먼 한 명의 사람이 됩니다.
물론 루이 본인이 그게 기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왕홀에 떠넘겨온 불안들을 되돌려줄뿐이라고 주장하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죠.
루이는 처음에는 단순히 소년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상범인 것 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유로 세계에 복수를 하고자 하는 빌런조차도 아니고,
완전무결한 사상에서 거리가 먼 생각을 하고 있는데다, 수 많은 거짓말들로 사람들을 속이고 기만하면서도 스스로의 이상 만큼은 모순 없는 논리적인 것이며 반드시 이루어지지라 굳게 믿어 의심치않는... 그 역시 나약한 사람에 불과할 뿐인 특이한 형태의 존재 입니다.
그리고 그 근본적인 탄생 원인이 개인적이고 사적인 경험과 그에 대한 나름의 제대로된 해결의식을 갖추려고 했기 때문이기에 루이는 기존의 픽션에서 등장하는 사상범이나 개인적인 빌런들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됩니다.
루이는 철저한 사상범을 묘사하는 기존 문법에서도 거리가 멀고, 철저히 개인적인 빌런도 아니면서 양쪽의 면을 전부 가지고 있는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매력적이죠.
이러한 루이에 맞서는 왕자는 어째서 루이에게 맞서야하는 걸까요?
환상을 믿지 않는 루이에게 맞서는 왕자는 어째서 현실에 무릎 꿇지 않고 이상을 믿어나갈 수 있는 걸까요?
다음 리뷰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작품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간론파 리뷰 1 : 추리 할 수 없는 추리를 제시하기에 압도적으로 재미있는 추리 게임. (0) | 2025.02.19 |
---|---|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추리 비주얼노벨, 역전재판 (0) | 2025.02.14 |
메타포 리판타지오 리뷰 (1) : 환상 게임 속 판타지 소설을 읽는 주인공이 전달하는 판타지의 가치 (0) | 2025.01.31 |
The Multi-Medium (멀티 미디엄) : 퍼즐 플랫포머 게임으로 표현된 미술관 개인전 전시회 (0) | 2025.01.24 |
OFF : 메타픽션적 연출을 통해 의도적으로 플레이어의 몰입을 붕괴하는 게임 (0) | 2025.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