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핵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왕국의 1000년제, 큰 기념 행사를 하는 날입니다.
마왕같은 것은 이미 사라진 평화로운 시대죠.
행사장에서 기묘한 소녀와의 만남을 가지게 된 주인공, 크로노는 행사장에서의 데이트를 즐기던 중 루카의 새로운 기계장치, 순간이동 장치의 실험에 협력하게 됩니다.
하지만 장치의 오작동으로 소녀, 마루는 과거로 가버리게 되고 크로노도 그녀를 따라 과거를 향해 뛰어들어 모험이 시작되죠.
그 이전의 JRPG와 마찬가지로, 크로노 트리거는 게임을 시작하면 마치 드래곤 퀘스트처럼 제일 처음에는 판타지의 세계에서 '공주를 구해야 한다.'는 목표가 주어집니다.
물론 그 공주란 마루죠.
공주가 빨려들어가 사라진 '과거로 가는 게이트'에 따라 들어가 과거로 가보면, 플레이어는 400년 전의 왕국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벌어진 사건을 따라가게됩니다.
물론 그 사이에 재배맨처럼 생긴 적들과의 턴제전투도 빼놓을 수 없지만 말입니다.
이 400년 전의 왕국에서 벌어지고 있던 일은, 왕비가 실종되었다는 겁니다.
그 수색을 하던 중, 왕비와 똑닮은 마루가 미래에서 와버려 왕비로 오해받죠.
그렇게 왕비의 수색이 중단되어버려 미래에 마루가 태어날 수 없게 되었으므로 마루는 타임패러독스로 인해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크로노는 왕비를 찾아 마왕을 무찌르는 모험을 떠난다. 는 스토리 같아보이지만, 생각보다 왕비는 금방 구하게됩니다.
근처의 교회에서 마왕의 쩌리 부하들을 무찌르는 것으로 찾아올 수 있죠.
왕비를 구했으니 마루도 돌아오고... 그렇게 사건은 해결되어 마루와 현재로 돌아오고 나면 병사들이 크로노를 공주 납치 혐의로 체포한다는 성대한 환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후 검사가 'RPG게임이니까.'라는 이유로 했던 플레이어의 행동들을 근거로 크로노의 인격의 의심된다고 주장하며, 판사는 크로노를 사형에 처하기로 결정한다는 엉터리 재판이 끝난 후 감옥에서 도망치다, 막다른 길에서 두 번째 게이트로 들어가면...
멸망한 미래의 세계가 기다리고있죠.
여기서 이 작품의 진정한 테마가 드러납니다.
시간여행을 통한 모험이죠.
'공주를 구한다.'는 것은 첫 번째 동료인 마루의 스토리였을 뿐이었습니다.
게임의 전체 테마는 이후 게임을 진행하면서 차례로 여러 시간대를 모험하고, 여러 인물들을 만나면서 역사 속에 뭍힌 비밀과 진실들을 밝혀내면서 서서히 드러나죠.
크로노 트리거를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서사는 조금씩 나타나, 게임의 중후반부에서부터 확실히 드러나는 것이기에 실질적으로 플레이어의 게임 경험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RPG로서 제공하는 놀이인 전투와 성장, 던전과 퍼즐이 큰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그 동기가 되는 스토리를 '시간여행'과 모험으로 제공하는 것이 같은 자리를 차지합니다.
크로노 트리거의 전투는 턴제 RPG의 정석과도 같은 형태를 띄고 있고, 던전과 퍼즐도 시간여행을 통해 푸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특출난 것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게임의 핵심은 서사에 있습니다.
이 작품의 시간 여행은 애초에 인물들이 원하는 시간대를 골라서 의도를 지니고 주체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백 투더 퓨처같은 작품의 시간여행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는 소재죠.
크로노 트리거의 시간 여행은 우연, 아니 세계를 구하기 위한 운명에 더 가깝습니다.
제일 첫 시간 여행은 사고, 두 번째 시간 여행은 궁지에 몰려 어쩔 수 없이.
하지만 둘 다 도착한 장소는 마왕이 살아있어 인류를 위협하던 시간대, 인류가 멸망 직전에 처한 시간대라는 크로노 트리거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대들이죠.
그 후로도 시간여행은 일행들을 운명처럼 크로트리거의 역사상 가장 중요했던 시대들로 보내줍니다.
시간여행은 플레이어가 게임 세계를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기믹, 중요한 서사 진행이나, 반전의 핵심이 되고,
작품 속 세계에 몰입하고, 감정을 쏟으면서 작품의 최종 목표에 깊게 빠져들게 하는 이 작품의 기틀입니다.
갈 수 있는 모든 시대를 한 번씩 돌아보기 전까진 도착지가 어디인지도 모른채 뛰어들어야하는 운명의 문으로서 플레이어와 동료들을 인도하죠.
플레이어는 시간여행을 통해 맏닥드리게 되는 의문과 미스터리에 매료되어서 정신없이 동료들과 함께 그 다음을 찾아나서는 모험을 계속하게됩니다.
그렇게 행성의 주요 시간대의 역사를 모두 같이 경험해보게되고, 이 세계의 진실과 마주하게되는 그 순간.
고대 시대에 극도로 발전된 인류 문명을 멸망시킨 라보스의 첫 각성에서 일행들을 구하기 위해 크로노는 자신을 희생합니다.
그 후로 라보스는 작품에서 나온 말 처럼 게임에 깊게 몰입한 플레이어에게 있서 '이 행성에서 살아간 모든 시간대의 모두의 힘을 합쳐 쓰러뜨려야하는 존재.'가 되고, 플레이어는 그 최종목표를 위해 달리게 됩니다.
라보스에 의해 시간 속에서 기구한 운명의 장난에 놀아나게된 마왕을 동료로 삼기도 하고, 던전들을 탐사해 강해지며, 크로노를 부활시킬 방법을 찾고자 하기도 하고.
모든 비밀과 반전이 드러난 이후, 그 순간 완성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모험을 계속하게 되는 것.
크로노 트리거의 이야기는 동료들과, 각 시간대의 서사들을 조금씩 쌓아나가며 의문를 던져주고, 해결시키면서 그 서사들을 하나로 모아 거대서사를 완성한 뒤에 플레이어의 최종목표를 완성하는 구조죠.
그리고 크로노 트리거가 제시하는 JRPG의 전통적인 턴제전투와 성장이라는 놀이는 서사를 통해 플레이어에 그 놀이를 진행할 동기를 만들어줌으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죠.
크로노 트리거의 서사가 진심으로 몰입 할 수 있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작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플레이어가 주체적으로 이 서사들을 찾아서 탐구해나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작품의 큰 틀은 선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진행을 위해 어디로 가라 저기로 가라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정해진 트리거를 누르는 것과 다름없는 이 작품에서의 플레이어의 선택지에도 의미가 생기고, 놀이로서는 그저 던전을 돌면서 간단한 퍼즐을 풀고 턴제전투를 반복하는 모험도 플레이어가 스스로가 하고 싶어져서 하는 것이기에 즐거운 체험이 되죠.
모든 비밀과 진실을 알고 나서 라보스를 쓰러뜨리겠다는 열망으로 혼이 불타오르는 순간...
여러 시간대에서 만나, 행성의 미래를 위협하는 적인 라보스를 쓰러뜨린다는 같은 목표를 아래로 모이게되는 동료들, 세계를 멸망에서 구해낸다는 대업을 이루고자하는 순간.
이 작품은 이야기를 긴 텍스트와 컷씬들로만 제공해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지켜보는 입장이 되는 게임에서는 전달하지 못하는 수준의 깊은 몰입감을 이끌어낸다고 생각합니다.
크로노 트리거는 시간 여행이라는 기믹을 이용해 여러 서사를 조금씩 쌓아가며 거대한 서사로 이어나가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냥 정해진대로 흘러가게 하는 대신에 마치 플레이어의 선택이나 능동적인 행동에 의해 게임 속 세계가 시간 여행 기믹에 따라 변화한 것 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 중요하죠.
인터넷에서 가끔 올라오는 '400년 만의 재회'도 다들 로보와 400만의 재회를 해본적이 있으니 플레이어들끼리의 공감대가 될 수 있는 소재인거잖아요?
게임 내에서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해 시간여행 기믹에 따라 변화한 것 처럼 표현되지만 말입니다.
세계의 멸망을 막는다는 이야기에 플레이어를 깊게 몰입시키고, 그 멸망의 원인의 되는 라보스를 진심으로 쓰러뜨리고자 하는 마음을 먹게한다.
그 목표와 과정에서 만들어진 몰입이 플레이어가 만나는 인물들, 경험하는 것, 바꿔나간 세계의 모습을 전부 플레이어 자신의 진짜 만남과 선택, 행동처럼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크로노 트리거가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로노 트리거가 제시하는 놀이인 턴제전투와 성장, 던전이 다른 게임과의 차별점이 크게 없는 것은 물론, 후대의 입장에서 보기엔 이미 낡은 것임에도 이 작품이 지금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인 것은 분명 이런 이유겠죠.
압도적인 몰입도의 동기를 제공함으로서 게임의 플레이를 이끌어나가는 겁니다.
이 작품의 발매 당시 시대를 살지 못해 후대에 해보게 된 것이 조금 아쉽네요.
그럼 다음에 또 다른 작품의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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